나의 창작시

입추 느낌

신사/박인걸 2015. 8. 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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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느낌

가을로 접어들지만
아직은 가을이 멀기만 하다.
해바라기는 까맣게 타고
나팔꽃은 아침부터 입을 오므렸다.
참매미는 아직 짝을 못 찾았고 
쓰르라미도 구애에 목이 탄다.
왕 떡갈나무에 앉은 바람만
지쳐서 긴 잠을 취할 뿐
왕잠자리까지 바쁘게 비행을 한다.
하지만 산그늘에서 가을을 본다.
앞 산 뫼 부리가 뜨락을 지나
긴 꼬리를 남기며 뒷산 언덕을 넘는다.
작년에 보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언저리에 맴돌아
허전한 가슴이 철렁한다.
머잖아 쓸쓸함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또 한 번의 작별의 아픔이
가슴을 시리게 하겠구나.
고개 숙인 벼 이삭과
피맺힌 수숫대
말라붙은 옥수수수염이
더위에 속지 말라고 귀띔하며
가을이 높은 구름에 실려 있다고 한다.
201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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