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월 달력에는 코스모스꽃이 일렁인다. 병든 나뭇잎과 풀잎에서 이별의 신호를 읽는다. 온종일 울어대던 매미와 여름풀벌레는 이미 떠났고 작열하던 한낮 햇살도 어미 잃은 새처럼 한풀 꺾였다. 뒤뜰에 피어난 분꽃도 서글픈 웃음 빛이 역력하고 떨어져 뒹구는 능소화가 여름 이별을 고한다. 새끼줄타고 오르던 나팔꽃 이제는 지쳐서 잠들고 콩깍지 모양의 자귀열매가 분홍 꽃 수술을 그리워한다. 이미 대세는 크게 기울었고 내려 놓는 일만 남았다. 떠나야 할 시간의 호출 앞에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202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