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 이야기
등이 굽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곧 쓰러질 것 같은 노목이 불쌍타
딱따구리에 쪼여
숭숭 뚫린 구멍위로 통 바람이 불고
낡은 이끼 덮인 밑동에는
검은 개미떼가 모여든다.
어쩌다 薄土에 자리를 잡아
賤身으로 허우적거리며
아름드리나무를 부러워 할 뿐
언제나 자신을 낮춰야 했다.
부딪치며 찢긴 상처들은
제대로 아물지 못해 아프고
자유분방한 자태에서
거칠게 살아 온 이력이 보인다.
차라리 이른 서리가 오던 날
연한 순이 요절했더라면
어느 나무꾼의 낫에 잘려
아궁이에 지폈더라면
피비린 내음 같은 아픔이 없었을 텐데
나무위로 지나가는 계절풍이
숲을 세차게 흔든다.
노목은 비틀거리며
두려운 비명을 지른다.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였건만
노목은 주저앉을 시간만 기다린다.
2015.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