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접시꽃 당신

신사/박인걸 2025. 7. 15. 12:08
  • 접시꽃 당신
  •  
  • 여름비 맞으며 당신이 곱게 피었소.
  • 소녀였던 당신의 미소는
  • 하늘 아래 가장 맑은 봄물 같았고
  • 당신의 눈빛에 들기 시작한 날부터
  • 나는 바람에도 뿌리 내리는 사람이 되었소.
  • 뜨거운 젖가슴으로 생을 품고
  • 식지 않는 밥상 위에 사랑을 차려준 당신
  • 지쳐 잠든 내 이마 위로
  • 당신의 손길은 언제나 새벽 같았소.
  •  
  • 함께 견딘 계절은 모진 시간이었지만
  • 당신의 침묵은 언제나 기도였고
  • 그 기도 위에 내 무릎은 일어섰지요.
  • 저무는 저녁녘 접시꽃 필 때면
  • 나는 늘 당신을 떠올린다오.
  • 늦여름에도 서서히 붉어지던 그 꽃처럼
  • 당신은 사는 내내 아름다웠고
  • 빛바랜 꽃송이 고개를 숙일 때도
  • 당신의 미소는 항상 내 마음을 밝혔지요.
  •  
  • 이제 나는 당신 어깨에 기대어
  • 아름답게 저물고 싶소.
  • 기억마저 꽃잎처럼 흩어지는 날에도
  • 나는 당신을 접시꽃이라 부를 거요.
  • 당신은 내 생의 가장 깊은 그리움이며
  •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오.
  •  
  • 2025,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