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 오는 날이 수채화

신사/박인걸 2025. 7. 1. 08:54
  • 비 오는 날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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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비 마로니에 잎 흠뻑 적시고
  • 은빛 실처럼 내리는 빗줄기 잎맥 따라 흐르며
  • 잠든 거리를 적신다.
  • 숨죽인 7월의 첫날 아침
  • 풀잎 끝에는 진주가 맺히고
  • 빗소리만 조용히 시간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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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짙은 구름이 부드러운 베일처럼 하늘을 덮고
  • 흰 우산을 쓴 여인이 조용히 길을 걸을 때
  • 발걸음 소리마다 작은 물결이 피어오르고
  • 젖은 아스팔트 위로 그녀의 풍경이 흘러간다.
  • 엷은 바람은 옷자락을 가볍게 끌어안고
  •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빗물이 한숨처럼 떨어진다.
  • 그녀의 숨소리를 스친 빗소리는
  • 아무에게도 닿지 못한 연약한 속삭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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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정원에는 수국이 소복이 피어 있고
  • 꽃잎 위로 차오른 물기 속에서
  • 연보랏빛 겹잎은 수줍게 미소지으며 흔들린다.
  • 여전히 내리는 빗줄기는
  • 더 맑고 다정하게 색을 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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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창 너머 아이의 손끝이
  • 빗방울 따라 움직인다.
  • 세상을 처음 만지듯 창 위에 무지개를 그리고
  • 엄마의 조용한 눈빛은
  • 비의 음률에 녹아드는 사랑의 풍경이다.
  • 오늘 아침은 단지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다.
  • 한 점 고운 수채화 한 폭이
  • 말없이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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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