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하지(夏至)
신사/박인걸
2025. 6. 22. 04:25
- 하지(夏至)
- 태양이 흘리고 간 불씨가
- 북쪽하늘 깊은 곳에서 떨어진다.
- 돌아누운 그리움의 등을
- 아무도 모르게 쓸어내리는 햇살은
- 뜨거운 입김처럼 오래 머물다 간다.
- 네 이름을 잊어버린 날에도
- 내 그림자는 너를 향해 기울고
- 한낮은 마치 고백처럼 자라난다.
- 말없이 타오르는 오후의 숨결은
- 나뭇잎 하나가 흔들릴 때마다
- 시간은 아직 버리지 못한 사랑을 흔들고
- 자작나무 사이로 흐르는 그리움은
- 자꾸만 네게로 달려간다.
- 밤은 짧아진 어둠 속에서
- 너에 대한 더 많은 꿈을 꾸고
- 잠들지 못한 하얀 비둘기들이
- 서로의 날개에 체온을 남기며 맴돈다.
- 별이 너무 일찍 눈을 감아
- 미처 말하지 못한 사랑도
- 포도송이처럼 익어가는 가슴을 눌러
- 나는 입을 다문 채로 무성한
- 한 줌의 바람이 되려한다.
- 오늘이 가장 멀리 닿는 낮이라면
- 너는 어디쯤에서 나를 기억할까.
- 2025,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