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껍데기의 고백
신사/박인걸
2025. 6. 21. 05:50
- 껍데기의 고백
- 한평생 새벽어둠을 뚫고
- 두 손에는 삶을 움켜쥐었다.
- 오로지 가족 사랑 하나로 버텨내며
- 자식들 책가방에 큰 꿈을 담아
- 등굣길마다 희망을 태워주었다.
-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던 계절
- 굶으며 모은 땀방울은 쌓이고 흩어져
- 아버지란 이름의 무게에
- 허기진 어깨 위로 세월이 내려앉고
- 웃음 뒤엔 늘 말 없는 눈물이 고였다.
- 자식들 결혼식장 하얀 꽃길에
- 눈물을 삼키며 손을 놓았고
- 남는 건 점점 흐릿해지는 시간들
- 기억 속에서만 또렷한 젊은 날의 나
- 거울 앞에 선 곰삭은 노인 하나
- 묻지도 자랑하지도 못한 날들이
- 주름진 손등 위에 고요히 누웠고
- 그토록 지키고 싶던 것들은
- 내 안엔 남지 않고 모두 떠났다.
- 이제 남은 건 껍데기, 속 빈 껍데기뿐이다.
- 2025,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