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헛되고 헛되니

신사/박인걸 2025. 5. 28. 13:56
  • 헛되고 헛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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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을 짚고 일어섰으나
  • 바람이 먼저 길을 걷는다.
  • 태양은 매일 오르내리지만
  • 나는 언제나 그 자리였다.
  • 사랑도 했고 미워도 했지만
  • 기억은 물처럼 흘러온 길을 잃었다.
  • 높이 쌓은 탑은 언젠가 기울고
  • 종이에 적은 말은 흩어지며
  • 소리치던 꿈은 잠잠해져
  • 손에 쥐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 삶이란 가벼운 숨결 같아
  • 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안개와 같고
  • 기억은 가끔 짧은 음악처럼 울어
  • 그때 나는 한 소절쯤 울었던 듯하다.
  • 한때는 모든 것이 중요했으나
  • 그것이 나를 구해주지는 못했고
  • 웃고 울던 나날들이 순간마다
  •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 허무는 공허가 아니라 진실의 그림자이고
  • 덧없음은 절망이 아니라 생의 본질이다.
  • 사람은 한순간을 살기 위해
  • 오늘도 이렇게 숨을 쉬는 것이다.
  • 2025,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