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뻐꾹새 울던 날

신사/박인걸 2025. 5. 19. 09:43
  • 뻐꾹새 울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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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뻐꾹새 울던 날 밭고랑에 앉은
  • 가엾은 어머니 호미자루 손 끝에 닳고
  • 낡은 베적삼 자락에 눈물을 닦을 때
  • 봄볕도 서러워 어머니 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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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한켠에 울던 뻐꾹새 울음은
  • 묵은 장아찌처럼 배인 그리움
  • 햇살에도 바래지 않던 어머니 숨결은
  • 맷돌처럼 돌고 돌던 시절의 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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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은 언제나 뒤돌아보는 길목에 있고
  • 어머니는 그 길 끝에 바람이셨다.
  • 산새 소리에 하루는 슬프게 저물고
  • 내 어린 날은 냇물처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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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고무신 마루 끝에 놓이고
  • 찢긴 달력은 아직도 오월을 가리키지만
  • 그 울음소리 따라 논두렁을 건너면
  • 아직도 어머니는 굴뚝 연기 속에 계신다.
  • 2025,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