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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신사/박인걸
2025. 5. 17. 08:14
- 비 온 뒤
- 하늘이 한껏 울고 난 아침
- 세상은 마치 처음 숨을 쉬는 듯 고요하다.
- 엷은 연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 풀잎 하나에도 생명이 다시 맺혔다.
- 흠뻑 젖은 들판 침묵하던 흙은
- 비를 먹고 더욱 깊은 색을 띠고
- 돌담 사이 이름 모를 풀꽃조차
- 묵은 상처처럼 조용히 피었다.
- 말끝마다 비껴가던 감정들
- 말라붙은 마음속 앙금이 비처럼 내려
- 침묵의 틈에 조용히 스며들 때
- 우리의 가슴에도 새잎이 돋아난다.
-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비는
- 굳게 닫힌 마음의 문턱을 적시고
- 내 안에 오래된 오해를 씻어낸다.
- 이제는 맑게 서로를 바라보며
- 가장 푸르게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겠다.
- 2025,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