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는 내리고

신사/박인걸 2025. 3. 2. 20:21
  • 비는 내리고
  •  
  • 어머니 눈물처럼 비는 내리고
  • 보릿고개 가파른 언덕을 슬프게 적시네.
  • 낡은 헝겊 덧댄 저고리 위로
  • 고단한 삶이 스며들고
  • 어머니 한숨처럼 비를 삼키네.
  •  
  • 댓돌에 검정 고무신 적시며
  • 온종일 비는 내리고
  • 가난을 못 이겨 도시로 떠난 빈집
  • 무너진 담벼락 사이로
  • 길잃은 바람이 처량하게 울고
  • 어머니는 뜨물같이 하루를 넘기네.
  •  
  • 배곯은 아이 품에 안은
  • 어머니 한숨 소리처럼 비는 내리고
  • 젖은 장작 타는 매운 눈물
  • 가마솥에 끓이시며
  • 말없이 배고픈 밤을 지새우던 어머니
  •  
  • 속절없이 비는 이틀째 내리고
  • 바래진 손마디로 하늘을 쓰다듬으며
  • 애들 생각해서 이를 악물며
  • 한 줌 가루를 풀 범벅에 섞어
  • 손끝에 남은 시래기 내음 창가에 털어내시던
  • 울 어머니 눈물처럼 비가 내린다.
  • 202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