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시간 속의 흔적

신사/박인걸 2025. 2. 15. 20:28
  • 시간 속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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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 땅
  • 병풍처럼 일어선 까칠봉과 딴봉엔
  • 그때 우짖던 새는 한 마리도 없고
  • 낯익은 자작나무 가지는 삭정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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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해 솟아오르던 길목엔
  • 우람한 소나무가 거수경례하고
  • 자줏빛 감자꽃 일렁이던 고랑엔
  • 잡초 우거져 고라니 놀이터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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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은 나를 십구 시 세우고
  • 얼굴에 핀 노화반 얼룩은
  • 저녁노을에 물든 구름처럼 구겨져
  • 어둠의 그림자만 조용히 남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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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학동은 북망산천 갔고
  • 소꿉장난 계집은 황천을 건넜다네.
  • 아무도 반겨줄 사람 없는 이 땅에
  • 나는 왜 여기서 서성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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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밟고 다니던 흙내음과
  • 언덕길 오르던 발걸음의 흔적도
  • 시간 속에서 흐려져 가고 있네.
  • 그러나 그 시절 꿈은 아직도 살아 있네.
  • 2025,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