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갈대 숲에서
신사/박인걸
2024. 10. 25. 15:15
- 갈대숲에서
- 바람이 사정없이 지나갈 때
- 여린 몸뚱이 끝없이 흔들리며
- 서로가 부딪치며 흐느끼는 소리
- 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일 뿐이네.
- 가을 햇살 아래서조차
- 서글프게 퇴색하는 갈빛 서러움
- 한 번 흔들릴 때마다 잃어가는 색감
- 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 남은 어두운 흔적들
- 머무르지 않는 것들에 기대어
- 자신만만하던 푸르름도 희미해져 가고
- 연약한 뿌리에만 의존한 채
- 삶이란 스러져가는 갈대의 운명이네.
- 여름날 푸르고 빛나던 잎사귀들이
- 시간의 장난에 부서져 흩어지고
- 어떤 늙은이처럼 잃어가는 제 모습이
- 슬픔이 아닌 듯 슬픔만 흐르네.
- 다시 찾아올 기약도 없이
- 갈대숲은 서글픔 속에 굳건히 서 있지만
- 무수한 흔들림 속에 머잖아
- 그마저도 사라지고 말 운명이네.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