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박인걸 2021. 10. 31. 23:08

낙엽

 

바람이 부니 낙엽은 지고

떨어진 낙엽은 신세가 처량하다.

오동나무 큰 잎마저 힘없이 뒹굴 때

사나이 가슴은 텅 빈 큰 방이다.

애연하던 풀벌레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철새마저 흐느끼며 멀리 떠나가고

산 그림자 길게 느러진 강가에

깊은 고독이 뿌옇게 드리운다.

단풍잎 황홀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된서리에 폭삭 주저앉았더라면

그리운 이와 걷던 그 길에

은행잎 차곡차곡 쌓이지 않았더라면

허허한 이 마음 애달프지나 않으련만

지는 석양마저 붉은 울음을 토해내니

낙엽 지는 늦가을 길목에서

소리 내어 한없이 울고 싶구나.

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