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떤 그림자
신사/박인걸
2020. 12. 3. 10:10
어떤 그림자
그는 떠나지 않고 내 주위를 배회하며
한 밤에도 창가에서 서성인다.
이제는 사라질 만도 한데
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어슬렁거릴까.
마지막 한 잎까지 떨어지고
별빛마저 찬바람에 흔들리는데
유독 나에 대한 뜨거운 집착으로
하늘의 낯 달처럼 따라다닐까.
그를 처음 만나던 날 손사래 쳤고
다시 만날 때에도 그의 정체를 몰랐다.
내가 짊어진 짐들도 버거워
그에게 내 가슴을 열어 보이지 않았다.
철거머리보다 더 끈끈하게
미녀의 뒤를 밟는 스토커마냥
지구 끝까지도 지치지 않고 따라다니는
그 그림자가 이제는 싫지 않다.
처음엔 어머니의 혼백인줄 알았다.
그 후 첫사랑의 아픔인줄 알았다.
길 잃고 헤매는 백제 유령인 줄 알았다.
어떤 그림자는 술람미의 연인이었다.
그림자의 정체를 알 던 날
나는 그림자를 내 안에 가두고 말았다.
20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