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단풍(丹楓)

신사/박인걸 2020. 11. 11. 07:24

단풍(丹楓)

 

을수 골짜기를 지나던 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스라쳤다.

가지마다 훨훨 타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빛에

발길이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모여 사는

아나 뱁티스트들처럼

오로지 하늘만 향해 살아서인지

장미꽃보다 더 붉다.

 

절망에 빠진 친구를 위해

천만리 길을 단숨에 달려와

제 심장을 찔러 제단에 바친

젊은이의 피만큼 뜨겁다.

 

정적을 깨는 여울물소리와

떼 까치도 날개를 접은 시간

석양 햇살에 잠긴 단풍은

나를 피안(彼岸)의 땅에 세운다.

202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