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고달픈 삶

신사/박인걸 2020. 9. 12. 14:26

고달픈 삶

 

산비둘기 이른 새벽

마을 뒷산에서 슬프게 울더니

인적 드문 오솔길 길섶에

갈색 날개 털 몇 개 잃고 떠났다.

어젯밤 추적이며 밤비 내릴 때

어느 나뭇가지에 앉아

깊은 시름달래다 설움 북받쳐

아침 내내 울었으리.

오늘 운 저 비둘기는

어제 아침 그 비둘기가 아니리

매일 거친 땅을 유랑하며

하루의 양식을 눈물과 맞바꿀 때

정처 없이 떠도는 반복의 고통을

가끔은 슬피 울어야 삭혀지리.

삶은 어차피 떠다니는 유랑이러니

찬바람 피할 길 없을 때면

울고 울어 눈물로 발등 적시면

가슴에 맺힌 한 조금은 풀리리.

저 멀리서 또 한 마리 산비둘기

더 서럽게 울고 있다.

20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