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애상(哀想)

신사/박인걸 2020. 5. 1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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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상(哀想)

 

목단(牧丹)은 지고 없습니다.

흐린 하늘에 보슬비만 안개처럼 내립니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풀빛 짙은 오솔길을 걷고 있을 때

끊어버리지 못한 지난날의 조영(照影)이

내 발자국을 귀찮게 따라옵니다.

소만(小滿)추위에 늙은이 가슴이 시린데

차가운 바람에도 찔레꽃은 불타고

방금 떠난 여객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긴 울음만 토하며 관악산을 넘었습니다.

어물거리는 사이에 이런저런 기회는 떠나고

텅 빈 가슴 허전하고 우중충한데

짝 잃은 새마져 우니 가슴이 아립니다.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에 꿰이거나

오래 된 사랑을 도둑맞지도 않았는데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마음이 슬퍼집니다.

그것은 아마도 가슴속에 숨겨져 있는

지우지 못한 편린(片鱗)들이

가시를 곤두세우고 심장을 찔러서일 겁니다.

오늘은 거꾸로 매달린 잎들도 슬퍼 보입니다.

20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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