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이 도시에 봄은 오려나

신사/박인걸 2020. 1. 21. 19:24


이 도시에도 봄은 오려나.

 

미세먼지 자욱해 먼 산이 흐릿하고

잿빛 하늘과 맞물려 도시는 온통 회색이다.

연일 들려오는 경제 뉴스는 어둡고

신경이 곤두선 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섭다.

꽃 한 송이 없는 겨울 거리에는

참새들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은 사람들만

고개를 숙인 채 어디론가 흘러간다.

가시처럼 돋친 간판을 쳐다보며

나 자신도 인파에 휩쓸러 지나간다.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는 보도블록에는

도시의 삭막함이 박혀있다.

여기저기 빈 상가가 공허하고

빛바랜 임대 광고지가 나부낀다.

떨이를 목이 터지게 외치는 상인마다

텅 빈 가슴이 춥다고 아우성이고

차가운 불황(不況)의 경기 감도(感度)

인파의 명치끝을 자극한다.

그해 겨울 보다 더 추운 이 도시에

과연 그 때처럼 봄은 찾아오려나.

갈 지()자로 배회하는 겨울바람만

옷깃을 파고들며 나를 괴롭힌다.

20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