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된 소나기

신사/박인걸 2019. 6. 14. 10:10



된 소나기

 

 

불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넝쿨장미는 울타리에 불을 지르고

끓기 직전의 냄비 물처럼

6월 태양은 정수리를 달구더니

    

헝겊 조각 같은 구름이

서녘에서 기러기 떼처럼 모여들어

온 하늘에 장막(帳幕)을 치고

세상을 태우듯 뇌성이 번쩍인다.

    

갑작스런 어두움에 놀라

잔뜩 겁먹은 거리의 눈동자들마다

퍼 붓는 빗살과 맞서지 않으려

운동신경 둔한 사람도 빠르다.

    

일상의 평온함을 순간 깨트리는

낮도깨비 같은 훼방(毁謗)

시장 귀퉁이에 자리를 편

노점상인의 하루가 맘에 걸린다.

2019.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