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박인걸 2019. 1. 31. 10:43


함박눈

 

아스팔트에 눈이 내린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잊었던 젊은 날의 추억을

고스란히 재연(再演)하고 있다.

 

초련(初戀)의 소녀와

()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함박눈을 맞으며 걸을 때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하얗게 내리는 눈송이는

순수(純粹)보다 더 진실하여

내 마음을 눈꽃에 섞어

소녀의 가슴에 퍼부었다.

 

지난날의 그 소녀는

어디선가 함박눈을 맞으며

주름 가득한 눈빛으로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가슴 한 편에 쌓아 두었던

결실하지 못한 애련(哀戀)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악성(惡性)아토피처럼 돋는다.

2019.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