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기러기

신사/박인걸 2018. 7. 17. 17:12


기러기

 

고장 난 자동차는

더 이상 시동을 걸지 못했고

시골 어느 언덕위에서

깊은 잠에 빠져야 했다.

 

허접한 신작로위로

쓰리쿼터는 달렸지만

단단한 줄에 묶인 가슴은

까맣게 녹이 슬었다.

 

나와 동갑네인 그가

하늘 높은 줄 모를 때

치밀어 오르는 시새움에

한 밤이 대낮이었다.

 

감싸 안은 어깨는

성냥갑처럼 쪼그라들었고

체념한 가슴위로는

겨울바람이 세게 꽂혔다.

 

어느 날 마침내

새봄처럼 기회는 왔고

날개를 단 기러기는

새 세상을 펄펄 날았다.

2018.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