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외로움

신사/박인걸 2018. 6. 29. 07:01

외로움

             시인/박인걸

 

장마 비는 여전히 추적거리고

나뭇잎들도 귀찮아 물기를 턴다.

비가 흘러간 가슴을 매만지며

안개 자욱한 산길을 걷는다.

바람 한 모금 없는 가슴에는

돌덩이보다 큰 외로움이 짓누른다.

아주 오래된 가슴의 흠집이

지루한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덧난다.

길섶에 한 대궁 빳빳한 산나리

몇 해가 되어도 아직 홀로이다.

그 아픔이 누구와 같아 눈물이 난다.

운무는 자꾸만 길을 지우고

삼백구십오 미터는 아득하기만 하고

상처를 건드리는 빗방울은

가슴에 고스란히 고인다.

더욱 늘어가는 외로움의 무게는

계수나무 아래 나를 세운다.

2018.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