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침묵(沈默)

신사/박인걸 2018. 5. 7. 14:59

침묵(沈默)

              시인/박인걸

당신을 찾으면 만날 수 있다는

바위 덩어리 같은 신념으로

요종소리에 꿈에서 깨어나

후둘 거리는 걸음으로

그믐밤 같은 새벽길을 걸어

습관적으로 찾아가는 그 자리에 앉아

격한 감점을 억누르지 못했다.

나름대로 정리한 목차들을

보따리장수처럼 늘어놓으며

빚 독촉 받듯 촉박한 심정에

가장 높은 음역으로 호소하였으나

오늘도 당신은 침묵(沈默)하였다.

아직도 뉘우침이 부족할까하여

참외서리 한 허물까지 찾아내어

수돗물에 헹군 접시만큼

새하얀 속마음을 내보였다.

사냥꾼에 쫓기는 들 사슴이

은폐물 없는 벌판에서

도망칠 곳 없어 허우적대다

외마디 비명으로 넘어지듯 해도

스위치내린 라디오처럼 침묵하였다.

이제는 침묵을 깨고 나오소서.

더 이상 등을 돌리지 마소서.

그동안 여러 번 포개진 감정들이

봄눈 녹듯 사라지도록

더 이상 잠잠하지 마시고 대답하소서.

20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