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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신사/박인걸
2017. 11. 15. 10:12
시간
내가 의식하지 못할 때도
이 십 사분의 일이 되는 그는
일정한 속도로 걷고 있었다.
여름과 겨울 사이를 걸을 때에
미동도 하지 않았고
시베리아의 수은주가 길을 막아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저울추 보다 더 공정하게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았고
동성동본의 굴레조차 허용되지 않는
몰인정한 그였다.
그는 신의 사자(使者)였다.
공의와 정의의 집행관이 되어
균일한 기회와 분배를
빠짐없이 전부에게 적용하였다.
우둔한 자들은 그를 의식 않았으나
지혜로운 자들은 그를 의식하였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때
후회와 환호로 크게 나뉘었다.
활용의 삶과 나태의 삶은
빛과 그림자만큼이나 극명했다.
지금도 시간은 내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17.11.15